- Product Design
프로덕트 디자인, 근데 이제 약간의 위트를 곁들인
라프텔 프로덕트 디자인팀에서 위트를 가미하는 법
2025.12.30
안녕하세요. 라프텔 프로덕트 디자인팀의 Sol 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라프텔을 사용하다가 이세계(異世界)에 빠진 적 있으신가요? 있으면 안 되는데…
라프텔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에러 상황에, 아래와 같이 ‘라프텔이 갑자기 다른 세계로 빠져버렸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를 구출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모험을 떠나기도 하죠.
이 화면을 마주친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서비스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안내해도 사실을 전달하기엔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라프텔 프로덕트 디자인팀은 이 화면을 만들 때 다양한 문구를 고민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쓰이는 이세계 세계관을 차용하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서비스가 이세계에 빠졌기 때문이고, 이를 개발자들이 용사처럼 구하기 위해 떠났다는 컨셉으로 풀어낸 거죠. (어떻게 보면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 컨셉에 맞춰 디자인팀에서는 마치 블랙홀 같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푸밍이 캐릭터를 그려주었습니다.
굳이 이러한 노력을 하면서 화면을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프텔에 왜 ‘위트’가 있을까
라프텔의 프로덕트 디자인 원칙(글 바로가기) 중 세 번째 원칙은 ‘위트가 있는 디테일’이었고, UX 라이팅 페르소나는 ‘덕후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친절하고 재치 있는’ 친구입니다. (글 바로가기) 왜 이렇게 위트에 집착광공하냐고요?
🎯
라프텔의 디자인 원칙 3번째
약간의 위트와 재미있는 디테일로 사용자가 라프텔을 더욱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며 유머를 잃지 않도록 합니다.
위트가 있는 디테일
✍️
라프텔의 UX 라이팅 페르소나
덕후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친절하고 재치 있는 친구
라프텔은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 서비스입니다.
신뢰가 중요한 금융, 정확성이 중요한 정보 서비스와는 다르게 콘텐츠는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서비스에 머무는 동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하죠. 위트는 사용자가 서비스와 상호작용을 하는 순간에 미소 짓게 하는, 가벼운 기쁨을 제공하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양념으로 맛을 극대화한다!
때문에 라프텔의 프로덕트 디자인팀은 서비스와 UX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한에서 약간의 위트를 가미해 서비스 전반에 ‘라프텔다움’을 강화합니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죠. ‘라프텔다움’은 이러한 사용자와 사용자 간의 유대감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진심인 라프텔과 사용자 간의 유대감도 돈독히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어, 같은 가치를 주는 경쟁사 대비 ‘더 쓰고 싶게’ 만들어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위트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 무작정 뿌려대면 오히려 맛을 망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가미할까?
사람들은 모두 웃는 포인트도, 허들의 높이도 서로 다르죠. 여러 사람이 함께 일관된 ‘위트’를 합의한다는 건 상당히 애매합니다. 지금까지 라프텔 프로덕트 디자인팀은 ‘라프텔다움’을 위한 위트를 가미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최근 들어 팀원 간의 이해도가 다르고, 또 의견을 나누기 모호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뭔가 좀 아닌데 설명하기 어려울 때
특히 최근엔 UX 라이팅에 AI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AI가 얼마만큼의 위트를 가미해야 할지 어려워하더라고요. 재치있는 문구를 요청했더니 과해져서 정보를 잡아먹기도 하고 내용이 산으로 가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위트 표현 가이드’를 작성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여기 작성 중인 가이드 일부를 소개할게요.
✅ 위트 표현 원칙
1. 정보가 우선, 재미는 보조
위트는 보조적인 장치일 뿐, 핵심 정보를 약화하거나 대체하지 않는다.
기능 설명, 경고, 이용 조건 등은 절대 유머로 축약하지 않는다.
핵심 정보는 앞에, 위트는 뒤에 배치한다.
예시 미래에서 기다릴게! 멤버십 결제가 해지되었어요. (X) → 멤버십 정기 결제가 해지되었습니다. 미래에서 기다릴게!(O)
2. 라이트 덕후 레벨의 위트
코어 팬만 이해할 수준의 지나친 인용·밈은 지양하되, 쓴다면 해당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예시 루피가 000 결투에서 000 하는 레벨의 작품이에요! (X) →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갓띵작(O)
라이트 덕후, 신규 유입 모두를 고려한 가벼운 위트를 지향한다.
예시 날 두고 떠나다니! 오니쨩, 구독을 그만두면 나 혼자 남는다고…? (X) → 멤버십 정기 결제가 해지되었습니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O)
3. 친근하지만 예의를 갖춘 표현
사용자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유머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작품, 캐릭터, 창작물을 과하게 비난하지 않는다.
예시 낮은 별점 문구 - 핵 쓰레기 작품. 재활용도 안 됨. (X) → 별로예요 :( (O)
진행 중인 논란이 있는 작품/캐릭터 언급은 금지한다.
4. 짧고 간결하게
장문의 농담보다 ‘짧은 위트’가 효과적이다.
‘지나친’. ‘가벼운’, ‘과하게’ 같은 모호한 표현이 포함된 만큼 아직 완벽한 가이드는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팀원 간에 막연히 ‘뭔가 아닌데?’라고 느꼈던 부분들을 소통할 수 있는 기준점이 생겼어요. ‘이건 너무 코어 덕후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은 ‘작품을 과하게 비난하는 것 같아요.’ 등으로요.
어떨 때 ‘위트’를 가미할까?
위트는 라프텔의 감성을 전달하는 도구지만, 상황에 따라 서비스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죠. 그 때문에 라프텔에서 위트는 사용자 감정·동기·경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특수한 맥락에만 가미합니다.
예를 들어 결제/구독 조건/법적 고지 및 정책 안내, 비밀번호/인증 번호 오류 등 정보 전달이 핵심인 상황에서는 절대 위트를 넣으면 안 되겠죠.
✅ 위트를 가미하는 상황
1. 사용자의 감정이 핵심인 상황에서는 위트를 더할 수 있다.
축하/보상 상황 → 위트를 통해 긍정적 감정을 극대화한다.
오류/실패/로딩 지연/결과 없음 상황 → 위트를 통해 긴장감을 완화한다.
예시 일시적인 오류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이런! 라프텔이 이세계로 빠져버렸어요.
해지/탈퇴 상황 → 위트를 통해 감정적 마찰을 완화한다.
2. 사용자의 행동 유도가 필요한 상황에 제한적으로 더할 수 있다.
별점/리뷰/댓글 등의 작성을 유도하는 상황
작품의 재생/앱 설치 등을 유도하는 상황
예시 라프텔 앱 설치하고 사용하기. → 앱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3. 혹시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을 때만 넣는다.
농담을 100% 이해하지 않아도 서비스 이용에 아무 지장이 없는 순간에만 배치한다.
예시 로그인 성공 토스트, 빈 화면 등
라프텔의 ‘위트’ 찾아보기
그럼 이제 라프텔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소개할까요!
라프텔 사용자들에게 친숙하면서 재치가 가장 잘 엿보이는 부분은 대체로 운영팀의 손길이 닿은 곳들입니다. 운영팀은 다수의 고레벨 덕후들이 포진해있는, 엘리트 팀으로 유명합니다.
덕력이 엿보이는 운영팀의 콜렉션
이번엔 자주 보이진 않지만 프로덕트 곳곳에 슬쩍 가미된 위트 요소들을 몇 가지 소개해드릴게요.
멤버십 해지, 탈퇴 토스트
엑스(구 트위터)에서 많은 칭찬(?)을 받아 방구석에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는 토스트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유명한 명대사를 인용했는데, 이 작품을 모르더라도 ‘돌아오길 기대한다 돌아올 걸 알고 있다’는 내용 이해가 쉽고, 너무 질척이지 않으면서 은근히 매달릴 수 있어 좋아합니다.
TV 연결 완료 팝업
라프텔은 멤버십 가입자라면 TV로도 즐기실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 최초에 앱 혹은 웹으로 TV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위 화면은 앱 혹은 웹을 통해 TV 연결이 완료되었을 때, 앱 혹은 웹에 뜨는 팝업입니다. 사실 이 단계부터는 사용자의 주 액션은 TV에서 이루어지기에 앱 혹은 웹에서는 간단하게 완료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되죠.
그래서 <주술회전>을 인용한 ‘영역 전개’라는 표현으로 재미있게 풀었습니다. 비교적 정보 전달 부담이 적은 시점이고, 이미 사용자가 TV 연결 단계를 많이 거쳤기 때문에 ‘TV 연결 완료’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이해가 쉬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뒤에 ‘웅장하게’ 같이 비교적 대중적인 밈으로 설명하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라프텔 영역 전개’가 너무 적절했어요.
전체 화면 에러
풀스크린 에러 케이스의 경우 사용자가 마주하는 가장 당황스러운 화면 중 하나일 거예요. 기대한 액션을 수행하지 않은 것뿐 아니라 전혀 다른 화면에 떨어지기 때문이죠.
서비스 점검 상황은 문구에는 위트를 가미하기보다 상황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고, 대신 이미지에 연금술사 푸밍이를 더했습니다.
글의 서두에 소개한 이세계 케이스는 알 수 없는 오류로 사용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이를 안내해도 좋겠지만, 대개의 경우 알 수 없고 안다고 하더라도 설명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세계 스토리로 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TMI인데, 라프텔에서는 이세계 화면이 떴을 때 이것이 서버 이슈인지 그 외의 이슈인지 우리끼리 알 수 있도록 문구를 구분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이제 그냥 ‘라프텔 개발자 일해라’고 욕하실 필요 없이 설명 문구에 ‘서버 개발자들이’가 들어간다면 백엔드 개발자를, 그냥 ‘개발자들이’가 들어간다면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좀 더 명확히 지정하여 욕하실 수 있습니다.
404 페이지 없음
404 페이지 없음 에러는 ‘없어진 페이지’라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어 ‘괴도 푸밍이’로 스토리를 풀었습니다. 여기에 ‘범인 찾아보기’ 버튼을 넣어 상호 작용이 가능한 재미 요소를 넣었는데요, 이 버튼을 누르면 라프텔의 태그검색 중 ‘추리’ 장르 태그가 선택된 화면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404 케이스는 이탈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화면이기에 사용자 여정이 막다른 길(Dead-end)에서 끝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콘텐츠 탐색으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설치 유도 팝업
모바일에서 앱이 아닌 웹 브라우저로 라프텔에 접속했을 때 뜨는 팝업입니다. 앱 설치를 유도하기 위한 화면으로, 역시 유명한 애니메이션 작품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의 제목이 인용되었습니다. 이건 라프텔의 멋을 담당하는 디자인팀의 아이디어였어요.
작품 별점
이번엔 위트를 보다 제한한 사례를 소개할게요. 별점 문구의 경우 위트를 더할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레벨 전달에 집중해서 제한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낮은 점수대의 경우 작품을 과하게 비난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약간의 특수문자나 밈을 사용하여 부드럽게 중화했어요. 중간 점수대는 레벨 전달이 더 중요한 만큼 위트를 줄이고 ‘아쉬워요’, ‘약간 부족해요’, ‘볼만해요’ 같이 쉽고 확실한 표현을 썼습니다. 높은 점수대에는 비교적 위트를 가미했는데, 다만 라이트 덕후들도 알 수 있는 대중적 밈을 썼어요.
별점 문구 같은 경우 시의성을 담아서 적절히 바꿔가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라프텔 등급
라프텔엔 작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인 등급 제도가 있습니다. 등급 명은 유명한 판타지 세계관을 따라 비교적 심플하게 지어보았어요. 언젠가 미래에 등급 체계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학원물의 영웅, 두뇌싸움의 개척자, BL의 전설…)
빈 컴포넌트 UI
UI를 그리다보면 꼭 마주하는 Empty 케이스 입니다. 라프텔엔 대표 캐릭터 푸밍이가 있어서 이 친구를 적극 활용하곤 하는데요. 일반 안내 그래픽에서는 컬러 푸밍이, Empty에서는 그레이 푸밍이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 이미지 같은 경우 당시 유행이었던 소라게 밈을 이용한 푸밍이인데 어느새 옛날 옛적 밈이 되어버렸네요. 앞으로 밈을 활용할 땐 생명주기를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종 마케팅 이벤트
때론 마케팅팀과 협업하여 한시적으로 위트 요소를 넣기도 합니다.
다크모드를 개발했을 때엔 애니메이션 <흑집사> 공개와 함께 ‘흑집사 테마’라는 이름으로 다크모드를 출시하기도 했구요. (글 보러가기) 최근엔 라프텔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마루는 강쥐> 오픈을 맞아 해당 요일 버튼은 마루 얼굴로 바꾸기도 했었죠.
마치며
일상에서도 그렇듯이, 위트와 농담은 양념처럼 적당한 때에 적절한 양만 가미되어야 본래 의도를 해치지 않고 맛을 끌어올려 줍니다. 너무 과하게 사용하거나 방향이 잘못되면 오히려 맛을 해치고 비판받을 수 있어요. 비교적 제약이 없고 자유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라프텔에서도 굉장히 조심하여 사용하려고 노력하죠.
때문에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재치를 추구할 땐 재미있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적절한 간을 딱 찾아낼 수 있는 요리사가 되길 추구해야 합니다.
라프텔 프로덕트 디자인팀은 아직 적절한 간을 찾아나가고 있는 흑 중에 흑요리사 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에 위트는 커녕 핵심 기능도 MVP로 구현하기에 바쁜 것이 현실인데요. 그럼에도 일하는 순간순간에 문득, 라프텔에 대한 애정을 담아, 유머를 잃지 않고 즐거움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중엔 팀원 모두 간잡이 백요리사가 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여기까지 보셨다면 느끼셨겠지만, 이 글은 흑백요리사2를 보다가 영감받아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